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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희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19-09-23 17:02

[앱수필] 주님 너무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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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9-23 17:02
글:  김영배 신부
출처: 요란한 괭과리(성바오로출판사)
  주님! 당신께서 십자가를 져 보셨으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무거운 십자가를 당신이나 지시지 왜 우리더러 지라고 하십니까? 기왕에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러 세상에 오셨으면 우리 십자가까지 모두 지고 가셔서 우리만이라도 십자가 없이 살도록 해 주실 일이지 우리에게까지도 십자가를 요구하시다니요.

  주님이 잘 모르시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하셨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제가 저의 십자가만 지면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저의 십자가뿐 아니라 저의 남편의 십자가 또는 저의 아내의 십자가까지 함께 져야 한답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뿐 아닙니다. 아이들의 십자가, 시부모님의 십자가, 처가 식구들의 십자가, 말썽꾸러기 시동생 시누이의 십자가, 우리 회사 상사의 십자가,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십자가, 강대국들의 싸움에서 오는 십자가, 장상의 십자가, 아랫사람들의 십자가... 어휴...

  이 많은 십자가들이 저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으니 이래도 저의 십자가만 지고 가면 된다고는 안 하시겠죠? 70킬로그램밖에 안되는 저의 이 작은 몸뚱이에 너무도 크고 많은 십자가들이 저를 짓누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차라리 저의 몸에 크레인이라도 하나 달아 주실 일이지 맨몸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저는 이제 “다시는 주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예레 20,9)고 외치던 예레미야 예언자의 말을 되풀이하고 싶습니다. 제게 “사탄아, 물러가라”하고 소리쳐서도 달게 받겠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처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라고 책망하시겠죠?

 그럼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요? 그냥 참으면 됩니까? 너무 참았더니 이제 속에서 터져 나오려고 하는데도 아직 더 참으라고요? 주님 제발 마시옵소서. 제겐 더 이상 짐을 지워 주지 마시고 제게 기쁨과 평화와 행복을 주시옵소서.
  알겠다, 알겠어. 그게 정말 소원이라면 그대로 해주마. 그렇게도 네가 소망하는데 내가 눈감고 못 본 체할 수야 없지 않느냐?

 일하기 힘들지? 일 안 해도 되게 해주마. 팔다리 움직이기도 힘들지? 네 팔다리를 안 움직이게 해주마. 부모, 형제, 친척 모두가 네게 십자가를 준다지? 네게서 없애 주면 될 것 아니냐? 자! 이제부터 그 모든 것 네게서 치워 주마.

 보이는 것이 모두 다 네게 십자가를 만들어 준다니 눈을 안 뜨게 해주마. 숨쉬기도 힘들지? 숨쉬지 마라. 그리고 영원히 편히 쉬어라.
 아니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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